<1947 보스톤>은 정말 옛날 영화 같았다.
영화의 배경인 1940년대가 옛날이어서 옛날 같았다고 한 건 당연히 아니고,
영화가 평범한 일상을 표현하는 방식과 (평범한 일상의 묘사 방식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생각하므로)
관객들을 위해 잔칫상에 올려놓은 음식 자체가 아주 옛것이었다.
<1947 보스톤>의 메인 요리는 어쨌든 감동인데,
그 감동이 어떤 맛일지가 영화 초반부터 느껴졌던 것이다.
옛날 한국 영화에서 느꼈었던 그 맛.
옛것이라서 무조건 별로라고 말하는 건 아니고,
이것은 이유가 있어서 도태되었고, 그래서 옛것이 된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그중 가장 옛날 같았던 것은 대사들이다.
인물들은 예정된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너무나 패턴화된 스피치를 하거나
영혼 없는 덕담, 정말 시대에 안 맞는 농담 같은 것들을 한 다음 허허 웃으며 너스레를 떤다든가 한다.
<가문의 영광>은 대놓고 ‘코미디’하는 무대 같은 영화라 안 웃기고 구식 코미디라 그래도 불편하진 않았지만,
<1947 보스톤>은 ‘리얼리티’ 기반 영화이기에, 2023년에 이걸 지켜본다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명절 기간에 이 영화를 본다는 게,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명절은 평소와 다른 리얼리티가 적용되는 기간이니까.
명절은 영혼 유무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덕담들을 주고받는 시기이기도 하고,
엄마에게 약간의 애교를 섞어 먹고 싶은 음식을 해달라고 조르는 게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출연 배우들이 모조리 연기를 못하는 배우들로 보인다는 게 너무 치명적인 단점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