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과 공포가 있는 영화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귀여움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엄청나게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모든 게 그럴듯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어설픕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이 현장에서 정말로 즐겁게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열악해 보이고 힘들어 보이는 건 다 티가 나지만, 이 현장 자체에서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실거리고 있다는 것이 관객들에게 전파됩니다. 그래서 다소 어설프지만, 귀엽게 보입니다. 우리를 어떻게든 놀래켜 보려는 자연인도 귀엽고, 그 자연인에게 정말 진심을 다해 당해주는 주인공과 친구들도 귀엽게 보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1인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감독인 노영석 감독이 제작/각본뿐만 아니라 촬영, 조명, 음악, 미술, 녹음, 의상, 편집, CG까지를 전부 혼자서 해낸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귀여움은, 말 그대로 사람 한 명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겁니다. 혼자서 그렇게 배우들이 제대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은, 정말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라고 생각하는데요. 또 한 번 영화제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제 덕분에 이런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에너지를 통해 또 다른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이제 곧 부산영화제가 시작되는데요. 이번 전주 일정을 통해 저는, 미약하지만 정말로 저 같은 사람의 역할이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화제에 소개된 훌륭한 영화들을 영화제에 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 그럼으로써 단 한 명이라도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이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를 정말 모르는 것이잖아요.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도,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좋은 영화를 찾아다니려고 합니다. 이런 어설픈 생각을 하는 저, 조금 귀엽지 않나요?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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