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클레오가 타로 카드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클레오는 무엇보다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합니다. 얼마 전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받았는데, 아직 그 결과를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클레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이 암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미래를 보여주는 카드에 어쩐지 죽음과 관련이 있는 듯한 그림이 나오자 그럴 줄 알았다며, 자신이 병원에서 이미 눈치를 챘다는 말을 하는데요. 그러면서 “결과는 보나마나”라고 하며 카드를 뒤섞어버리고 맙니다.
타로 집을 나오면서 클레오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영화는 계속해서 나쁜 일을 상상하는 클레오의 방황을 보여줍니다. <5시부터 7시까지 클레오>는 오랫동안 ‘파리에서 만들어진 가장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던 영화라고 하는데요. 클레오의 방황이 꽤 깊었기에, 우리는 더 다양한 파리의 풍경을 영화를 통해 구경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클레오가 들르는 카페와 옷 가게, 지나다니는 길거리와 공원까지. 클레오의 상황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클레오가 휘젓고 다니는 파리만큼은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수긍이 갔습니다.
알람 선수 얘기를 하다가 이 영화 얘기를 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실은 침대에 누워 검사를 받을 때 제가 먼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이 영화였습니다. 제가 받던 검사는 초음파 검사였습니다. 담당자 두 분이 제 혹이 있었던 자리에 젤을 바르고 기구를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초음파가 제 몸을 관통함으로써 얻어내는 화면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는데요. 그때 두 분이 무언가 대화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 대화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의학 드라마에 나올법한, 그래서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내용의 대화였지만, 저는 슬기롭게도 이런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A 맞아? 아니 B인 거 같은데? 다시 올려봐. B 맞네. 한 번 더 봐보자. 아니 아니 더 왼쪽에.
그 대화를 듣던 저는 마치 클레오가 그랬듯,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한참 제 허벅지 내부를 관찰하시던 두 분이 끝내 저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좋은 놈인지 나쁜 놈인지를 알려주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제 주치의 분께 먼저 전달된 후,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저에게 올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그 날이 화요일이었고 다시 병원에 가는 날은 목요일. 그러니까 저는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철홍>을 찍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