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잠>은 참 깔끔한 영화입니다. 작품이 목표한 공포 100을, 100 그대로 충실히 표현해낸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후반부 오컬트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것이 다소 뻔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 또한 그곳에서 뽑아내고 싶은 공포를 효율적으로 뽑아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후 마음에 약간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한 군데 남아 있기는 했습니다. 그게 바로 글 서두에 언급한 가훈입니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 이 가훈은 극 초반에 삐뚤어진 현판을 통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극 중 현수가 안전하게 ‘혼자 자겠다’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마다, 수진의 입을 통해 다시 소환됩니다. “안 돼 자기야. 우린 부부잖아. 우리 가훈 잊었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해야 해.”
<잠>의 공포는 이 가훈으로 인해 더 공포스러워집니다. 현수의 의견대로, <잠>의 주요 문제는 부부가 따로 자면 쉽게 해결되기는 합니다. 현수가 자면서 하는 이상 행동이 가족을 위협한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현수를 격리하는 것입니다. 이 생각은 모두가 제일 먼저 떠올릴 방법일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쳐 온 사람들이라면 말입니다. 이 중에 코로나 시대에 안 살아본 사람이 안 계시죠? 코로나 걸리면 어떻게 했나요? 안타깝지만 그냥 격리했습니다. 가족과 살면 가족을 아프게 할까봐 가족과 격리했구요. 혼자 살아도 다른 죄 없는 사람들을 아프게 할까봐 스스로 격리했습니다.
그러니까 <잠>도 현수를 격리하면 됐습니다. 특히 이 가족에겐 갓난 아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 옵션은 재고할 필요도 없는 방법이었습니다. 갓난 아이에겐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건, 바로 그놈의 가훈 때문이었습니다. 이 시대에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가훈. ‘함께’를 강요하는 가훈. 물론 이 가훈을 이 집에 세팅한 건, 감독이 만든 것이겠죠. 그래서 이 가훈이 걸리적거렸습니다. 물론 영화를 보며 '걸리적거렸다'는 것은 꼭 부정적인 평가에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걸리적거림은 때론,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느꼈던 무언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잠>의 가훈이 깨닫게 한 건, 이 '함께'를 강요하는 무서운 사회였습니다. 함께여야만 한다. 함께가 아니면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해야 한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외부의 무언가가 아닌, '함께'를 강요하는 우리들 마음속의 가훈 현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영화적으론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무서운 영화인 것은 맞으니까요. 될 수 있으면 혼자 말고, 누군가와 함.께. 관람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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