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어린 시절을 보낸 아미코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는 그 사건 이후 약 5년 정도가 흐른 시기를 보여줍니다. 아미코는 그때보다 크긴 했습니다만, 마음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인 것만 같습니다. 심지어 신발이나 양말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맨발로 학교를 다니고, 몸에서 이상한 냄새를 풍기기도 합니다. 동급생들은 그런 아미코를 따돌리지만, 아미코는 그마저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 모든 건 물론 어린 아미코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가족의 잘못인 것이겠지만, 아미코는 그조차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지금 이 상황이 잘 된 상황인지, 잘못된 상황인 것인지 알지 못하는 아미코. 그러나 아미코가, 아니 영화에서 오직 아미코만이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의 방 베란다에 유령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동생이라고 믿고 있는 그 유령은 매일 베란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그럴 때마다 아미코는 “유령은 진짜가 아니야!”라는 동요를 목청껏 불러댑니다.
아빠는 도저히 이 상황을 지켜볼 수가 없습니다. 실은 아빠 역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미코를 탓하고 싶지만, 정말로 아미코를 탓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이사하는 것뿐입니다.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미코는 예전에 생일 선물로 받았던 무전기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홀로 남은 방 안에서 아미코는 무전기를 향해 소리칩니다. 여기는 아미코. 응답하라. 그러나 무전기에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아미코는 계속해서 외칩니다. 여기는 아미코. 여기는 아미코.
<여기는 아미코>라는 영화는 그때 어린 아미코가 듣지 못했던 응답을 이제라도 대신 해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어릴 적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던 아미코들에게, 그것이 무슨 의미였는지에 대해 이제 어른이 됐을 아미코가 친절히 설명해 주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이니 안심하라고. 그래서 어른들이 너에게 그렇게 했던 것이니 이해하라고. 그래서 너의 귀에 귀신 소리가 들렸던 것이니 괜찮다고. 아니 사실 귀신은 없었다고.
영화는 “다이죠부”라고 말하는 아미코의 대사로 끝납니다. 괜찮다. 개인적으론 유명 일본 영화의 ‘오겡끼데스까’보다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을 대사가 될 것만 같습니다. 무슨 상황에서 그 말을 했는지에 대해선 여러분께서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는 날이 오면 좋을 것 같네요. 아미코가 한국 극장에 온다는 무전을 접수하게 된다면, 그 기쁜 소식을 여러분께 꼭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