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 초반부 설명을 하며, 의도적으로 일어난 사건과 사건 사이의 연결을 다소 거칠게 적었습니다. 이건 귀찮아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그렇게 편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풀타임>은 88분 동안 ‘쉬지 않고’ 노동하는 쥘리의 일상을 ‘쉬지 않고’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쉬지 않는다’는 것은, 사건과 다음 사건이 벌어지는 사이의 공백이 전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우리는 마치 쥘리처럼 숨이 차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싱글 워킹 맘의 24시간을 여백 없이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긴박한 배경음악이 끊이지 않는 이 영화는 사프디 형제 감독의 영화 <굿타임>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굿타임>은 은행털이범의 긴박한 ‘타임’들을 보여주는 영화인데요. <풀타임>을 보고 범죄 장르의 영화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범죄 스릴러 영화 급의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풀타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쥘리가 직장에 늦지 않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장면입니다. 교통 파업으로 인해 직장에서 잦은 지각을 하게 된 쥘리는 결국 ‘마지막 경고’를 받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예측 불가능한 교통 문제로 인해 쥘리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히치하이킹을 통해 출근을 하던 쥘리는 운전자에게 차에서 내리겠다는 말을 한 뒤 파리 한복판을 달리고, 영화는 여기에 여지없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음악을 재생합니다. 쥘리가 마치 엄청난 악행을 저지른 다음, 자신을 쫓는 경찰로부터 도망치는 범죄자인 것처럼 말입니다.
대체 쥘리는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기에, 이렇게 누군가로부터 쫓기는 것처럼 전속력으로 달려야만 했던 것일까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을 하는 것이 욕심이었을까요. 그러면서 다른 직장에 면접을 본 것이 죄였을까요. 좋은 부모임과 동시에 좋은 사회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먹은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었던 것일까요. 쥘리가 문제일까요, 아니면 쥘리가 달리고 있는 세계를 스릴러 장르로 만들어버린 세상의 잘못인 것일까요.
양양에 다녀온 저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워케이션의 매력을 알리며 이를 적극 장려하는 중입니다. 블로그에 쓴 후기 또한 그러한 의도로 적은 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풀타임>을 보고, 그 누구보다 쥘리에게 워케이션의 여유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워케이션은 저 같은 한량이 가는 게 아니라, 이렇게 풀-타임 노동을 한 사람들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주어져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쥘리 같은 사람들의 하루가 스릴러가 아닌 워케이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