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백할 게 하나 있습니다. 사실 제 이름은 김철홍이.. * 다음 주 원데이 원무비는 추석 다음 주를 맞이하여 한 주 쉬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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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백할 게 하나 있습니다. 사실 제 이름은 김철홍이 아닙니다. 저의 진짜 이름은 김홍철입니다. -라고 말하는 평행세계가 있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NO.28]
철홍이 아니라 홍철이었다면
2022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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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가 김홍철이라고 불리는 일이 정말 많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자리를 갖게 되면, 50% 이상의 확률로 ’철홍’이 아닌 ‘홍철’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쯤 호명되곤 하였습니다. 김홍철님~ 김홍철씨. 홍철아! 심지어 이번 주에는 위의 사진에서도 보실 수 있듯 문자로까지 김홍철로 기록되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는데요. 한동안은 홍철을 듣자마자 곧바로 “홍철 아니고 철홍인데요ㅎㅎ” 했었지만, 요즘은 딱히 그러지도 않습니다. 보통은 같이 있던 다른 누군가가 틀린 것을 고쳐주며 재미있는 상황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아닌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이젠 그냥 철홍이 아닌 홍철로써 얼마 간 세상을 살아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유명 영화 제목을 빗대어 말하자면 저는 ‘콜 미 바이 MY REAL 네임’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내 진짜 이름이 아닌 당신이 부르고 싶은 어떤 이름으로 저를 불러도 상관이 없습니다. 특히 요즘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의 시대이니까요. 그렇다고 이름까지 다름의 영역으로 인정하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다시 한번) 다르게 생각하면 홍철으로라도 저를 불러주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기도 합니다. 철홍이든 홍철이든 홍털이든(홍털도 실제 불렸던 적 있음), 중요한 건 상대가 저의 존재 자체를 기억하여 일단 ‘콜’했다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저는 그런 상대에게 “너 나 왜 그렇게 불러?”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한 영화가 바로 오늘 여러분께 추천해 드리려는 영화입니다. 9월 7일 개봉한 영화 <블랙폰>입니다. 사실 위의 사진은 복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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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폰>은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살인 소설> 등의 공포 영화를 연출한 스콧 데릭슨 감독의 또 다른 공포 영화입니다. 공포 영화 명가라는 명성을 얻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제작한 이 영화는 피 흘리는 혼령과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무서운 영화이지만, 제가 한줄평에 적은 것처럼 의외의 ‘따뜻한’ 면모가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970년대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아이들이 유괴를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머지않아 주인공 피니가 납치를 당하게 됩니다. 정신을 차린 피니가 갇혀 있는 곳은 유괴범 그래버의 지하실입니다. 지하실엔 헌 매트리스와 변기 그리고 고장 난 검은 전화기 한 대가 놓여 있을 뿐입니다. 이 문제의 전화기가 바로 영화의 제목에 있는 그 ‘블랙 폰’입니다.
에단 호크가 연기한 그래버가 기괴한 가면을 쓴 채 피니를 맞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블랙폰>이 다른 영화들과 다른 점은, 그래버가 이 ‘게임’의 규칙에 대해 구태여 오리엔테이션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류의 영화들에선 보통 초반부에 범인이 무엇을 위해 이 유괴를 벌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주인공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지 등의 규칙이 관객들에게 간접적으로 소개되곤 하는데요. <블랙폰>엔 그러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래버는 그런 설명 없이 마치 ‘가짜 사나이’의 이근 대위처럼 피니(와 우리)를 밀어붙입니다. 대신 피니에게 이 말만큼은 확실히 전달합니다. 바로 벽에 걸려 있는 저 블랙폰이, 오래 전부터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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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전화기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합니다. 그래버가 피니를 홀로 남겨두고 자리를 비우자, 전화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한 것입니다. 피니는 애써 그 소리를 무시해 보려 하지만, 전화기가 쉬지 않고 울자 마침내 수화기를 들게 됩니다. 수화기 속에선 알 수 없는 목소리가 피니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며 탈출 방법을 알려주는데요.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그 목소리의 주인들이 모두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기에 자신의 이름을 잊은 상태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가장 먼저 상대가 누구인지, 전화 건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지 묻기 마련이잖아요. 피니 또한 이 긴박한 상황에서 일단 상대가 누구인지를 묻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모르겠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피니는 목소리만 듣고, 그 목소리의 주인의 이름을 알아맞힙니다. 너 로빈이지. 로빈 맞지? 그렇게 피니는 로빈을 비롯한 그래버에게 희생된 아이들의 조언으로 밀실 탈출을 준비합니다.
그래버에게 살해당한 아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피니에게 전화를 건 것인지, 그 방법에 대해선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어찌 됐던 블랙폰은 틀림없이 고장 난 전화기이고, 전화를 건 아이들 역시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존재인 것도 확실합니다. 이 영화는 흔한 ‘밀실/납치/탈출’ 영화와는 달리 다소 비현실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망자들이 피니를 도와 그래버를 무찌르려고 한다는 것이고, 그리고 또 분명한 것은 피니가 정확하게 그 여러 명의 이름을 기억하고 호명한다는 것입니다. 너 로빈 맞지. 너 브루스 맞지. 너 빌리 맞지. 너 철홍 맞지. 홍철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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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폰>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찬 영화입니다. 이건 어떤 측면에서 공포/스릴러 영화에 적합한 것일 수도 있고, 적합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밝혀지지 않는 수수께끼가 지속되어야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맞지만, 끝까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다면 관객 입장에서 허무함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블랙폰>에서 끝까지 해결되지 않는 의문점은 죽은 아이들이 어떻게 피니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던 것인지와 그리고 그들이 왜 피니를 이렇게까지 돕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에 방점은 ‘왜 피니를’입니다. 영화 속 설정에 따르면 그래버에 의해 희생당한 아이들은 최소 4명 이상입니다. 그런데 왜 이 망자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피니에게만, 말하자면 세 번째 네 번째 희생자들도 구할 수 있었는데 왜 피니에게만 이러한 도움을 주었던 것일까요. 다시 말해 피니는 어떻게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저는 그것이 바로 피니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니가 특별했던 것은 피니가 희생자들의 이름을 잊지 않고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줬다는 사실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망자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 것이고, 그로 인해 피니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이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만약 내가 납치당해 죽었다면? 내가 죽어서 피니에게 전화를 걸었다면? 그랬다면 피니 또한 제 이름을 헷갈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너 홍철이지. 아 아니 철홍인가. 그래도 저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홍철이든 철홍이든 지금까지 수 천 번 수 만 번 잘못 불려 본 사람의 입장에서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나라는 존재를 기억해 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기꺼이 당신을 도와드릴 것입니다. 전화받지 않으시면 안 됩니다~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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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영화
연휴 기간 약간의 붕 뜨는 시간에 적당한 액션과 적절한 농담이 섞여 있으면서 동시에 유명한 배우도 나오는, 그러면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영화 뭐 볼 거 없나.. 넷플릭스에 있어서 쉽게 볼 수 있으면 좋고.. 같은 '알잘딱깔센'스러운 영화 하나 추천드립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러셀 크로우가 ‘멋진 놈’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 <나이스 가이즈>입니다. 청부 폭력업자 힐리(러셀 크로우)와 어딘지 모자란 사설탐정 마치(라이언 고슬링)가 한 포르노 배우의 죽음과 관련한 의뢰를 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수위가 간당간당한 미국 농담과 이를 어느 정도 중화시키는 청소년 아역 배우의 조합이 나쁘지 않습니다. 간혹 그 친구가 더 심한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추석에 온 가족과 함께 보기에는 적절치 않은 영화일지도 모르겠네요. 추석엔 역시 방에서 노트북으로 혼영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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