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편으로는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첫 등장하는 타미의 모습이 어쩐지 초라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젠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지 못한 한 인물이, 자신의 최후의 보루인 눈 화장이라도 지키기 위해, 이것만은 잃지 않기 위해, 조금은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첫 장면에서부터 이 인물의 두 가지 상반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데요. 저는 이것이 이 영화의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치 타미 페이의 두 가지 모습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앞으로 진행되는 영화를 보고 결정을 내리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직 이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기에, 영화 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이 영화는 타미 페이의 노래로 마무리됩니다. 이것은 스포일러가 아닙니다. 왜냐면 마지막 타미 페이의 노래는 사실상 영화의 오프닝에 영화가 던졌던 질문을 반복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126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영화를 통해 타미 페이라는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보게 됩니다. 우리가 목격한 모든 일들, 그 과정에서 타미 페이가 한 선택들, 타미 페이는 위인인지 악인인지, 평범한 사람들과 같이 약점을 가진 나약한 인간인지, 아니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종교를 영리하게 이용한 장사꾼인지, 그의 신을 향한 사랑은 정말로 진심인 것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마침내 타미 페이가 무대에서 홀로 찬송가를 부르는 장면에 다다른 영화는, 이 모든 것을 직접 지켜본 당신에게 타미 페이의 눈에서 무엇이 느껴지는지 묻습니다.
저의 대답, 그리고 제가 목격한 또 다른 ‘마법 같은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
드리는 말씀
1. 제목의 아씨오(Accio)는 해리포터 세계관에 등장하는 소환 마법 주문입니다.
2. 이번주엔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시리즈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개봉했는데요. 이번 제목에 구태여 마법 주문 이름을 사용한 까닭은, 다음주에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3. <타미 페이의 눈>의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대답이 궁금합니다. 영화보시고 답장으로 여러분의 생각을 보내주신다면, 다음주 뉴스레터 내용에 포함해보려고 합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청 가능하십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의 답장을 싣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4. 이번주 시작한 오프라인 영화모임, 여러 분의 성원(?) 덕분에 1회차 잘 진행하였습니다. 평일이라 참석 못해서 아쉽다는 의견 보내주신 분들이 계신데, 이번 모임 잘 마무리해서 다음에 더 다양한 요일, 더 다양한 주제로 해보고 싶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