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비가 자신의 탁월한 재능 덕분에 결국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조금은 눈에 보이는 전개로 진행이 됩니다. 이때 루비가 기회를 얻는 과정에서 또 상당히 익숙한 장치가 사용됩니다. 바로 루비의 엄청난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보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주는 선생님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것 참 영화 같은 기적이 겹치고 또 겹치는 그런 설정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겠는데요. 좋은 영화라고 시작한 이야기가 어쩌다보니 계속해서 단점만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솔직히 영화 좀 많이 보신 분들 입장에서는 <코다>가 그렇게 특별한 영화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점들이 이 영화가 수상과 가장 거리가 있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이 영화는 결국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을 용기 내어 마침내 놓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루비만큼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을 내색할 수 없는 삶을 살았던 친구가 또 있을까요?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결국 자신의 꿈을 펼치는 선택을 내리는 루비가 그 어떤 히어로보다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멋있는 것은 루비뿐만이 아닙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부모님에게 자신의 노래 실력을 증명해야 했던 루비도 대단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음에도 오직 딸의 진심어린 표정만 보며 결단을 내린 부모님 또한 이에 못지않게 멋있고 대단한 사람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버지 역을 맡은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의 연기가 대단합니다. 이번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저도 나름 ‘하기 싫은 거 안 하기’ 권위자지만, 이 가족들만큼 큰 포기를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저는 아파도 영화 볼 거 보고, 엄마가 비행기 표 좀 대신 예매해달라고 하면 툴툴대면서 어쩔 수 없이 하긴 하니까요.
<코다>에 나오는 이런 포기들이 더 널리 알려져야, 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하기 싫은 거 마음 편히 안 하면서 사는! 좋은 세상이 될 것 같다는 못난 생각으로 <코다>를 꺼내 보았습니다. 하기 싫은 거 하나쯤 과감히 안 해버리는 한 주 보내시기를. 그거 안 한다고 큰 일 안 날겁니다. 물론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 ONE DAY ONE MOVIE by 김철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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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는 말씀
1. 연재 2주차 만에 구독자 100명이 넘게 되었습니다. 구독자 이벤트로 김철홍과 영화데이트라도 진행해보려 했지만 하기 싫어서 안 하려고 합니다. 양해바랍니다.
2. 혹시 다른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분 메일로 제안 받습니다. 재밌는 거 있으면 해보겠습니다.
3. 가끔 메일로 답장 주시는 분들께 일일이 답장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너무나 환영하고, 글 관련해서 궁금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물어봐주세요.